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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할 수 있는 말

  • Writer: Hyun Choi
    Hyun Choi
  • Oct 23, 2019
  • 1 min read

불같은 성격의 직장동료가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정말 두 번은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던 나의 결혼 준비 생각이 나 버렸다.


결혼 당시에는 매우 치사해 보일까봐 입 밖에 낼 수 없었던 남편에 대한 나의 매우 유치했던 감정의 흐름을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한가지 예화만  글로 잘 정리해서 남편에게 말해보려 한다.


남편은 결혼이 임박할 때까지 나에게 프로포즈를 하지 않았다. 이미 서로 반지는 가락지로 퉁치기로 해서 알반지를 끼워주는 프로포즈는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38년이나 영화를 보고 자란 나는 약속되지 않은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누히 이벤트는 싫다고 말했으면서도 이벤트가 있으면 이 선택과 결정을 죽도록 하는 결정대잔치가 조금 흥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말 따로 마음 따로. 결국 아침 댓바람부터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할 일을 알아서 하라고 애매한 난리를 쳤다.


다음날 남편은 의정부로 날 보러 온다고 했고, 

나는 내심 또 어떤 생각을 했다.


남편은 그날 나에게 초대형 향수를 선물했다. 

앞으로 향수를 계속 사주겠다고 말했던 것 같다.


알쏭달쏭한 기분으로 집에 왔고, 다음날 결혼식을 했다. 물론 결혼을 하면서 아마 서로에 대해서 더 많이 사랑하고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날 이후로 일년 반을 지내며 내가 결혼을 통해 인간관계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는 가장 좋은 예화는 이솝우화의 ‘여우와 두루미’ 라는 거.

이솝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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